운수 좋은 날 구성 - unsu joh-eun nal guseong

운수 좋은 날

-현진건-

1. 사건 줄거리

  김 첨지는 인력거꾼이었다. 장사가 잘 안되어 며칠 동안이나 돈 구경을 옳게 못했는데, 이 날은 이상하다고 하리만큼 운수가 좋았다. 앞집 마나님을 위시해서 교원인 듯 싶은 양복장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서는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도합 팔십 전을 벌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앓아 누워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아내는 앓아 누운 지 오래 되었다. 거기다 약 한 첩을 못 쓰니 완치가 되기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졸라댔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비를 그냥 맞으면서 학생을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고서 일 원 오십 전이란 큰돈을 받았다. 기뻤다.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했다. 오늘따라 운수가 너무 좋으니 말이다.

  더구나, 아침에 나올 때 아내가 오늘은 제발 나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정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짐을 가진 손님을 한 사람 태워다 주었다. 기적 같은 벌이었다. 아무래도 이 기쁨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았다. 불행이 곧 덜미를 내리짚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나오는 그의 친구인 치삼이를 만났다. 그대로 끌고 들어가 곱빼기로 넉 잔을 마셨다. 눈이 개개풀렸다. 머리를 억누르는 불안을 풀어 버리기 위해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다가 금방 껄껄거리며 웃고, 그러다가는 또다시 목놓아 울기도 하며 법석을 떨었다.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래야 남의 행랑방이었다. 너무 조용하다. 다만 어린애의 빈 젖 빠는 소리가 날뿐이었다. 김 첨지는 목청을 있는 대로 내어 욕을 퍼부으며 발을 들어 누운 아내의 다리를 찼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무등걸과 같다. 아내는 죽어 있었다. 이 때에 빽빽.’ 하는 소리가 응아.’ 하는 소리로 변하였다. 남편은 아내 머리를 흔들었다.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적시었다.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아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개벽>(1924)

2. 인물

 ① 김 첨지 : 가난한 인력거꾼. 비극의 주인공으로 하층민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로 욕지거리 잘하고 몰인정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선량한 인물.

 ② 아내 : 김 첨지의 아내로 설렁탕을 먹어 보았으면 하는 최소한의 욕망도 이루지 못하고 죽음.

 ③ 치삼이 : 김 첨지의 친구

3. 서술, 표현, 배경, 소재

 배경 : 시간(일제 강점기 어느 비오는 겨울날). 공간(서울).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 전개 부분의 비가 오는 하늘과 어둠침침한 황혼의 배경 음산하고 쓸쓸한 분위기 형성은 장차 다가올 인물의 불행한 결과(아내의 죽음)를 암시함으로써 비극성 고조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부분적으로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보임)

 구성 : 단순구성을 취해 사건 전개 과정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결말에서의 아이러니에 의한 비극성이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된다.

     발단 - 인력거꾼 김 첨지는 오랜만에 행운을 만난다.

     전개 - 행운이 계속되자 김 첨지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귀가를 서두른다.

     위기 - 친구 치삼이와 술을 마시며 김 첨지는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횡설수설한다.

     절정 - 설렁탕을 사 들고 들어온 김 첨지는 불길한 침묵에 맞서 고함을 친다.

     결말 -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하고 독백한다.

    ▶ 구성상 특징 : 아래 <보충1> 참고

 ④ 사실주의 특징

   - 대화 속에 비속한 말이나 욕설을 삽입하여 하층민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냄

   - 대화의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작중 인물을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제시

   - 식민지하에서 학대받는 민중들의 궁핍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냄

 갈등의 구조: 인물내부의 갈등.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주인공의 갈등이 심화되고, 멀어질수록 해소가 이루어지는 구조

 반어적 성격  

  - 사건의 반어 : 김 첨지에게 행운이 연속된 날에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기다림

  - 제목의 반어 :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가 병든 아내가 죽은 비운(悲運)의 날에 대한 반어적 표현 -> ‘운수 좋은 날이라는 표현은 비극성을 더욱 고조시키는 효과

  - 태도의 반어 : 김 첨지는 아내를 사랑하고 걱정하지만 겉으로는 매우 거칠게 대함

=> 반어적 기법의 효과 : 작가는 이러한 반어적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고조시킴

 ⑦ 설렁탕 : 아내에 대한 김 첨지의 사랑, 비극성 심화시키는 매개물

4. 주제

일제 치하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

<추가>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의 극한적 궁핍상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병들어 누운 아내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벌이 나가는 남편을 만류하나, 생계를 위해 아내의 애원을 묵살해야만 하는 참담한 시대의 하층 노동자에게 밀어닥친 불행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다양한 문체를 구사하여 사실감을 부여하고 있으며, 서술에 의한 상황 제시와 대화의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하층 노동 계층의 생활 감각을 현장감 있게 대화 내용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1920년대 하층 노동자의 삶을 날카로운 관찰로 생생하게 그려 놓은 현진건의 대표작이다. 일제 치하 서울 동소문 안에 사는 인력거꾼 김 첨지의 운수 좋은어느 하루를 담아 보이면서, 당시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암시하고 있다. 대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문에서도 속되고 거친 말투를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써 밑바닥 인생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신문화에 수용되는 과정을 학생이나 양복쟁이와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표현함으로써 당시 급변하는 사회상의 일면을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의 표제가 된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인력거꾼으로 큰 벌이를 한 운수 좋은 날이 아니라 병든 아내가 죽은 비운의 날의 반어적(Irony) 표현이다. , 운수 좋아 돈도 벌고 선술집에서 건주정까지 부리는 김첨지의 표면적 행동과 아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내면 심리가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독특한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반어, 즉 아이러니는 겉과 실상이 반대되어 표현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아이러니에는 말뜻의 속과 겉이 반대가 되는 '말의 아이러니'와 상황이 상반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있다. 운수좋은 날은 상황의 아이러니이다. 현진건 문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문학에서도 단편 소설의 한 전형으로 꼽히며, 더욱이 주인공 김 첨지에 대한 반어적 묘사는 우리 문학의 하층민 수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기릴 만한 성취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직설적인 표현으로 현재의 상황을 나타낼 수 없을 때, 역설적인 표현을 가져오는데 제목에서 이미 그런 특징이 나타난다. ‘운수 좋은 날이란 표현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는 현실 속의 빈한(貧寒)과 불행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전체 작품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보충1> 작품 구성상의 특징

이 작품은 무엇보다 구성의 솜씨가 뛰어나다. 작품 속의 시간은 김 첨지가 인력거를 끌고 나선 아침부터 집에 돌아오는 저녁때까지인데, 그 동안의 사건이 평면적으로만 서술되지 않고 외면적 행동과 내면의 심리, 들뜬 즐거움과 무거운 불안감 등의 반복적 교체로서 교묘하게 엮어져 있다. 그것을 알기 쉽게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작품이 전개되는 것이다.

<손님을 태우는 장면 - 돈을 번 데서 오는 기쁨 -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 - 불안을 잊기 위한 행동>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을 지탱하는 구성의 주축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날보다 손님을 많이 태워서 뜻밖의 액수를 벌게 되는 외면상 행운의 흐름이요, 다른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멀어지는 내면의 불안 심리라는 흐름이다.

이와 같은 긴장 관계는 점점 고조되다가 선술집 장면에서 가장 괴로운 위기에 도달한다. 김 첨지는 마음속이 극도로 불안하면서도 바삐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술을 마시며 돈을 뿌리고 횡설수설하는데, 이와 같은 행동은 아내의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상태로까지 발전한 데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라고 말했다가는 죽기는 누가 죽어.”라고 손뼉을 치며 웃는 행동은 매우 암시적이다. 이 행동은 단순한 농담이나 장난이 아니라 아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예감의 표현이다. 그러한 예감이 너무나 뚜렷하고 무섭기 때문에 김 첨지는 집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고 선술집에서 울고 웃으며 정신 나간 듯한 짓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마침내 김 첨지가 집에 들어서는 부분에 와서 순간적인 공포로서 절정에 이르고, 곧바로 죽음의 확인이라는 비통한 결말에 도달한다. 모처럼 설렁탕까지 사 가지고 돌아왔건만 아내는 차디찬 주검이 되어 누워 있는 것이다. 이 결말은 뜻밖의 사실이 아니라 그 이전까지의 단계에서 불안의 점진적 발전에 의해 암시되었던 결과이다.

여기에서 운수 좋은 날이란 말은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에 대한 반어적(反語的) 표현으로서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 이 통렬한 반어로서 작품 전체의 긴장을 끝맺는 작가의 수법을 단순히 솜씨 있는 기법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식민지 시대의 궁핍한 현실 속에서 하층민들이 겪고 있던 삶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이요 증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충2> 상징적 배경 :

소설에 나타난 배경은 인물과 사건에 많은 영향을 준다. 압축된 구성에 의해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단편 소설에서는 배경 자체가 주제를 향한 상징성을 띠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전반에 깔리는 배경 즉, 하루 종일 추적대며 내리는 비는 이 소설의 주제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특히, 전개 부분의 비가 오는 하늘과 어둠침침한 황혼의 배경은 장차 다가올 인물의 불행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암시한다. 이는 또한 아내의 죽음을 내다보는 불안한 예감과 함께 행운 뒤에는 또는 다른 불행이 잠재해 있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작품의 배경 묘사를 통해 독자는 인물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런 상황 때문에 상징적 요소로서의 배경이라고 표현하게 된다. 이런 배경의 역할은 구성이 치밀한 단편 소설에서 작품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보충3> 작품에 사용된 기법

인물 제시

서술자에 의한 직접적 제시로 되어 있으나 대화 속에서 인물의 특성이나 면모를 알 수 있는 간접적 제시 방법도 함께 쓰였다. 특히, 대화의 내용 - 김 첨지의 욕설이나 속어 등은 사회 빈민층의 심리를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

사건 전개의 방법

김 첨지의 행위가 추보적으로 전개되는 사건의 중간에 들어감으로써, 사건의 정황을 보다 확실히 전달하는 부분에서 요약, 압축에 의한 기교가 나타난다. 이렇게 삽입된 사건들을 부속 사건이라고 하며, 단편소설의 기법상 길게 서술되지 못한다. “운수 좋은 날발단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런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갈등의 구조

이 작품에서의 갈등은 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김 첨지의 심리 내부에서 반복되고 심화된 갈등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라는 구체적인 공간도 갈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된다. ,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주인공의 갈등이 심화되고, 멀어질수록 해소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집에서 멀어지는 부분에서 떨칠 수 없는 집 생각으로 갈등이 반복 심화된다. ‘은 김 첨지가 벗어날 수 없는 내면적 공간이다.

<작가 소개>현진건(玄鎭健 1900-1943) 소설가. 호는 빙허(憑虛). 대구 출생. 중국 호강대학 수학. 1920년 단편 희생자<개벽>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 이듬해 발표한 빈처로 작가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이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타락자”, “운수 좋은 날”, “”, “B사감과 러브레터등의 역작을 계속 발표해 김동인과 더불어 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선구자가 되었다. 또한 그는 사실주의의 기틀을 확립했으며 서사적 자아인 ''란 일인칭의 자기 고백적 형식과 반어적 대립 구조를 즐겨 다루었다. <시대일보>, <매일신보>,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였고, 1935년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1년 간 복역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술 권하는 사회”, “할머니의 죽음”, “적도”, “빈처”, “유린”, “무영탑”, 등이 있다.

그의 문학적 업적은, 근대 문학 형성기의 선구자 역할. 김동인과 함께 근대 단편 소설을 개척.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 문학 개척. 소설 문학에서 기교의 가치를 보여 준 대표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