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 생존자 - taitanigho saengjonja

타이타닉호 최후의 생존자인 밀비나 딘(사진) 할머니가 지난달 31일 97세로 사망했다. AP통신 등은 딘이 타이타닉호의 출항지였던 영국 사우스샘프턴의 한 양호원에서 폐렴 등의 증세가 악화돼 숨졌다고 전했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4일 영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첫 항해에서 표류하는 빙하에 부닥쳐 1517명의 사망자를 내고 침몰했다. 구명보트가 부족해 생존자는 706명에 그쳤다.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생후 9주였던 딘은 오빠(2)와 함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던 중이었다. 당초 딘의 가족은 다른 배를 타려 했으나 탄광 파업으로 연료인 석탄을 구하지 못해 그 배가 출항할 수 없게 돼 타이타닉호로 옮겨졌다. 가난하던 부모는 친척이 사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담배 가게를 열어 새 삶을 살려 했다. 돈이 없어 3등칸을 탔던 딘과 어머니, 오빠는 위험을 알아챈 아버지의 신속한 행동 덕분에 구명보트를 탈 수 있었다. 당시 3등칸에 탔던 사람 중 구조된 사람은 드물었다. 아버지는 성인 남자라는 이유로 구명보트에 탈 수 없어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같이했다.

딘의 가족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다. 딘은 8세 때 어머니가 재혼하기 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까지 타이타닉호 승선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2006년 낙상으로 엉덩이뼈를 다쳐 양로원에 들어간 딘은 타이타닉호 관련 유품을 팔아 양로원 비용을 댈 정도로 어렵게 살았다. 지난해에는 사고 직후 가족이 썼던 여행 가방과 보상금 액수가 적힌 편지를 경매에 내놓았다. 올 4월에는 구조 직후 뉴욕에서 영국으로 돌아올 때 소지품을 넣어 뒀던 천으로 된 우편 행낭을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그의 어려운 형편이 알려지면서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의 남녀 주연배우였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릿이 양로원 비용을 대기도 했다.

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