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 느니만 못하다 - eobs neuniman moshada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오늘 시작된다. 다음 달 3일까지 한 달간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783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정감사는 입법과 함께 국회의 양대 기능이다. 잘만 운영되면 국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에서 열려 본래 취지가 실종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관련된 여야 간 갈등이 원활한 진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은 MBC의 조작 의혹에 휘말린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비속어 사용과 외교 성과 미흡 등을 이유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곧바로 거부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된 여야 격돌이 국정감사 초반을 압도할 가능성이 커 국정감사는 제 길을 가지 못하고 정쟁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의 야당 압박과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정쟁의 한 축이다. 국민의힘이 성남FC 후원금 비리 의혹 사건 공소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모자로 적시된 사실을 들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포함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부각시킬 게 분명하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 질문지를 보냈으나 문 전 대통령이 수령을 거부한 일도 여야의 첨예한 대립을 부를 것이 뻔하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경제가 어느 때보다 엄혹한 시기에 국정감사가 정쟁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도 고환율, 에너지 수급난 등으로 벼랑에 몰려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태양광 사업 비리 등 정책 국감의 대상이 될 안건이 수두룩하지만 여야 대치로 시간을 허송한다면 합리적 비판과 대안 제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잘못된 정책 집행을 바로잡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유도하기도 불가능하다. 여야는 어느 때보다 커진 정치 불신과 경제난을 직시하고 “없느니만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국감의 내실을 높이기 바란다.

V-느니만 못하다

어떤 행동이 비교 대상에 미치지 못함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It is used to indicate that an action falls short of the object of comparison.

희망 없이 사는 것은 죽느니만 못하다.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은 굶느니만 못하다.

공부는 하지 않고 졸기만 하는 것은 잠을 자느니만 못하다.


 문장 구조 분석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은 굶느니만 못하다.
맛없는 음식을 먹는다.
굶느니만 못하다.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굶는 것이 더 낫다.

 문법 

V-느니만 못하다
V-는 것보다 못하다

= ~보다는 차라리 ~ 것이 더 낫다

희망 없이 사는 것은 죽느니만 못하다.
= 희망 없이 사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하다.

= 희망 없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은 굶느니만 못하다.
=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은 굶는 것보다 못하다.

=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굶는 것이 더 낫다.


어휘 

-느니만

어떤 것과 비교되는 행동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A connective ending referring to an action comparable to something.

일을 하고도 싫은 소리를 듣게 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는 미래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약 때문에 더 큰 부작용이 생긴다면 차라리 약을 먹지 않느니만 못하다.

자율 학습 시간이 너무 소란스러워 집에서 혼자 공부하느니만 못했다.

  (출처: 한국어기초사전; https://krdict.korean.go.kr/)

이란?

관심있는 언어의 레벨을 의미합니다. 레벨을 설정하면 다른 사용자가 내 질문에 답변을 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 해당 언어의 짧은 질문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 간단한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종류의 일반적인 질문을 할 수 있고 어느정도 긴 답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길고 복잡한 답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에 등록하고 다른 사용자들의 질문에 대한 음성/비디오 답변을 들으세요.

없 느니만 못하다 - eobs neuniman moshada

검색에 지치셨나요? HiNative가 의문을 해소하는 답을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김경집의 인문학 속으로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기 어려울 만큼 엇박자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때론 보기 딱하고 때론 답답해 울화통이 터지기도 한다. ‘타이밍이 생명’이라는데, 어쩌면 그렇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지 하는 족족 뒷북이고 걸핏하면 상투나 잡는다. 그런 사람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하는 말이 하로동선이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아무 소용없는 말이나 재주를 비유해 이르는 말 또는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사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 바로 하로동선이다.

이처럼 철에 맞지 않는 물건이나 격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는 이 말, 하로동선을 책에 올린 사람은 중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하로동선의 출처는 후한(後漢)의 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왕충(王充)의 대표적 저서인 ‘논형(論衡)’의 ‘봉우편(逢遇篇)’이다. “이로울 것이 없는 재능을 바치고 보탬이 되지 않는 의견을 내는 것은, 여름에 화로를 바치고 겨울에 부채를 드리는 것과 같다.” 왕충은 이 책에서 당시의 전통적인 정치와 학문을 비판한다.

왕충은 독창성이 넘치는 자유주의적 사상을 지닌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난 말의 뜻은 분명히 무용한 일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속뜻은 그와 정반대다. 왕충은 이 글에서 ‘벼슬길에 나아감에 있어서의 운명’이라는 것을 의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학문이 높고 재능이 있는 데도 연이 닿지 않아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하로동선’처럼 취급해 너무 쉽게 말하며 비난하는 것을 비웃고 있다. 군주와 신하가 서로 연이 닿지 않으면 유익한 진언을 해도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기도 하고 반대로 군주의 부덕을 지적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복을 받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서울 역삼동에 529㎡(160여 평)의 고깃집이 문을 열었다.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노무현·박계동·원혜영·유인태 등과 제정구·김홍신 등 현역 의원, 임종인 변호사 등 14명이 공동으로 출자한 식당이었다. 그 식당의 옥호(屋號)가 바로 ‘하로동선’이었다. 낙선한 처지였지만 절치부심하면서 다음의 때를 준비하고 다듬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식당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그 많은 동업자들끼리 식당 하나 운영해 무슨 이득을 볼 수 있었을까.

식당이라기보다 아지트에 가까웠을 것이다(실제로 이 사람들이 가장 선호했던 옥호는 ‘양산박’이었단다. 친한 사업가가 ‘하로동선’이라는 옥호를 추천하자 끈 떨어진 갓 신세 조롱하는 것이냐며 손사래를 쳤단다). 사업가가 아니라 정치가들이었고 곧 이어진 선거가 다가오자 뿔뿔이 흩어졌고 결국 식당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들이 사업 자체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서로 위로하고 다른 낙선자들에게 마음을 달래고 나눌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더 컸기에 사업적 측면에서 성패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일이긴 하다. 실제로 훗날 그 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니 그야말로 대성공이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

없 느니만 못하다 - eobs neuniman moshada

바닥도 쳐봐야 큰다

낙선한 국회의원은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한다던가. 얼마 전만 해도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대우받던(한 개인이 독립된 국가 기관으로 대우받는 건 국회의원뿐이다) 처지에서 지나가던 개도 쳐다보지 않는 신세만큼 낙폭이 큰 추락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처지도 겪어봐야 큰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성공만 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그저 모자란 ‘루저’쯤으로 치부한다. 그렇게 잘나기만 한, 잘나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오히려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럽고 더러워진다.

그 동업자 각자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자기들 신세가 영락없는 하로동선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옥호는 자조(自嘲)며 동시에 절치부심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건 그렇게 한데 처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 보는 눈이 뜨였을 것이고 왕충이 말한 하로동선의 본뜻도 새겨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선가(禪家)에서 하로동선은 ‘병 속의 새’처럼 쉽게 깨치기 힘든 화두라고 한다. 당(唐)대의 유명한 선승이며 조동종(曹洞宗)을 연 동산 양개(良价, 807~869)에게 한 학인이 와서 물었다. “더위나 추위는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양개가 답했다. “더위도 추위도 없는 곳으로 가게.” 뜨악한 학인이 속뜻을 몰라 되물었다. “네?”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하고 추울 때는 춥게 하게. 그러면 더위도 추위도 없지.”

덥고 춥고는 상대적인 것이니 정작 더위 속에는 더위가 없고 추위 속에는 추위가 없다는 가르침이다. 흔히 쓰는 이열치열과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상대적인 것을 벗어난다고 절대적인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인 것에서 벗어나면 분명 자유로워질 것이다. “끓는 가마솥과 타는 화로 속에서 더위를 피하라. 거기에는 어떤 고통도 없다”고 한 선가의 가르침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바닥에 처박힐 때 쳐올리는 힘과 의지가 없으면 그대로 박힌 채 빠져나오지 못하지만 약간의 힘과 의지만 있어도 그게 발판이 돼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갈 계기가 된다. 물에 빠졌을 때 억지로 떠 있으려는 것보다 바닥까지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가 발을 굴러 올라오면 살아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또한 삶의 진폭이 크면 버겁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폭넓은 삶을 누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범위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여름에 겨울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서늘하고, 반대로 겨울에 여름을 떠올리는 것으로 훈훈할 수 있다. 그게 어찌 비단 선승들만의 몫이랴. 그것은 또한 사람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못할 때도 받아들이고 따를 마음 없이 잘나가는 사람 챙기는 것은 아부요 그런 마음을 갖추면 우정이 된다. 지금 힘들고 모자란 사람을 대할 때도 그의 재기를 믿고 함께 희망하며 대하면 은인이 될 수도 있다. 여름을 겪어봐야 추위 고마운 줄 알고 추위를 겪어봐야 더위 소중한 줄 안다. 사람도, 세상도, 삶도 마찬가지다.

하로동선은 이미 경영이나 마케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개인 또한 다르지 않다. 여름철에 겨울옷 또는 겨울철에 여름옷을 세일할 때 사두면 제철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회사는 창고 비용도 줄이고 회전 자금도 마련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일이 아니다. 경제성 면에서도 물류 저장 시스템만 넉넉하게 갖춘 기업이라면 하로동선은 미리 재료를 구입해 원가를 절감해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영 방식일 수 있다. 그걸 매점매석이라고 할 일은 아니다. 실패의 부담을 안고 있는, 일종의 투자다.

남 하는 대로 하지 않는 게 때론 성공으로 이끈다

없 느니만 못하다 - eobs neuniman moshada

요즘에는 에어컨을 겨울부터 판매한다. 늦봄 과일인 딸기는 겨울에 출하하면 제철보다 세 배 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철모르는’ 사람이 이미 성공하고 있는 세상이다. 계절을 거스르거나 엇갈리게 하는 게 돈이 되는 세상이다.

그러니 쓸모없다는 하로동선의 변형된 의미가 아니라 왕충이 의도했던 원래 뜻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처음 뜻과 나중 뜻이 다르고 그걸 또 다르게 생각하면 거기에서 많은 의미와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편벽한 뜻에만 갇혀 있는 ‘하로동선’을 그 옛날 왕충은 진작부터 뜯어고쳐 쓰지 않았던가.

김경집 인문학자, 전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