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주제 - peulangkensyutain juje

프랑켄슈타인...!

보편적으로 알려진 이 책의 제목이다.

하지만 원제는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가 진짜 제목이다.

수많은 영화화 덕분에 프랑켄슈타인이란 이름은 대한민국 성인에겐 익숙한 이름이 됐고

수많은 애니메이션 덕분에 이 무시무시한 캐릭터가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되어

프랑켄슈타인은 그야말로 성공한 소설이자 대박 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을 한 번도 읽지 않고 제대로 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가엽고 연약한 캐릭터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인 줄만 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나온 괴물은 사실 이름이 없고 이 이름 없는 괴물을 만든 이가 소설 속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다. 지금은 다크 유니버스 또는 몬스터 어벤저스에선 없어선 안 될 귀한 몸이 됐지만, 당시엔 소설 속 괴물처럼 프랑켄슈타인이란 소설 자체가 천대와 멸시의 대상이 되었었다.

우선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갖다준 죄로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받았다. 신들이 정한 금기를 깼기에 대가는 혹독했다.

내용 역시 비슷하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호기심이 저지른 대가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킬 정도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불은 사람을 살리기도, 혹은 죽이기도 하는 이중성을 지녔다.

불은 한 번 지피면 꺼지기 전까지 잘 관리해야 하고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관리하기 아주 까다로운 도구다.

잘만 사용하면 인간을 이롭게 해주는 도구지만, 프랑켄슈타인은 불과 같은 괴물을 만들고 아무런 케어 없이 세상에 방치하며 결국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에 의해 정신세계마저 야금야금 잠식당하며 가족 모두 파탄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전개는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를 벌준 것과 연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할 법한 이 신화적 내러티브 속엔 우리가 외면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현대적인 교훈 또한 남겨준다.

19세기 영국은 여성 작가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작품의 질을 떠나 여성이 쓴 글이라면 독자들은 외면했고 비평가들은 혹평을 가했기에 여성 작가들은 책을 출판할 때 남성의 이름을 사용하곤 했고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남성에 대한 도전이자 반항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편견 때문에 여성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는 1818년 3월 11일 익명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출간했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듯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고 그가 당한 차별과 불이익을 동정심을 유발할 정도로 괴롭게 묘사해 자신을 보란듯이 투영시켰다.

프랑켄슈타인이 처음 출판되었을 땐 남편인 퍼시 셸리의 작품으로 오해 받았고 평단에선 호불호가 갈렸다고 한다.

하지만 1823년 메리 셸리 본인의 이름으로 출간되었을 땐 호평을 줬던 비평가들까지 돌아서며 소설을 헐뜯기 시작하자 메리 셸리는 1831년 많은 부분을 고쳐 쓴 개정판을 냈고 당시 쓴 개정판이 현재 우리가 보는 프랑켄슈타인의 원전이라고 한다.

프랑켄슈타인 주제 - peulangkensyutain juje

<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을 그대로 채용한 표지 디자인과 판본은 1818년 초판본을 번역한 그냥 오리지널 그 자체인 책이다.>

프랑켄슈타인이 문학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1960년대나 들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비평가들에게 외면받다시피 한 작품이었으나 독창적인 캐릭터 덕분에 대중에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었다.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다 보니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꾸준히 각색되며 프랑켄슈타인의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고 이 중 1931년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만든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분장 때문에

지금의 프랑켄슈타인 괴물 이미지가 고착화 됐다.

프랑켄슈타인의 수많은 영화 중 가장 원작에 가깝고 완성도가 가장 높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994)' 은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고 캐네스 브래너의 수많은 필모그라피 중 감히 최고의 역작이라 평하고 싶을 정도로 원작 소설을 최대한 스크린에 펼쳐 놓았기에 (각색이 심하게 된 부분도 있지만) 책을 안 본 사람들은 그냥 94년판 프랑켄슈타인을 봐도 무방할 정도다.

최근엔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 '메리 셸리:프랑켄슈타인의 탄생(2017)이란 작품에서 작가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걸작인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차분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메리 셸리나 프랑켄슈타인의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었다.

한편으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산 메리 셸리였기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이들 부부의 미스테리한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가 방영되기도 해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은 양산형 제품처럼 여전히 생산되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세계 최초의 sf소설이다.

괴기 소설의 원류가 된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지극히 미약했다.

책 서문에서 밝힌 창작 동기를 보면 1816년 메리 셸리가 제네바에서 지낼 때 친구들과 모닥불을 피어놓고 독일의 유령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이야기보따리 속에서 착안해 만든 소설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재밌는 건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면서 쓴 뒷이야기이다.

나와 두 친구는 각자 초자연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한 편씩 쓰기로 했다.

그중 한 친구의 이야기는

내가 쓰고 싶었던 어떤 이야기보다도 대중의 인기를 얻을 만했다.

<서문 中..>

그녀가 말한 친구는 당시 유명 시인이었던 바이런의 주치의였던 존 폴리도리였고 그가 쓴 작품이 바로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된 세계 최초의 뱀파이어 이야기였다.

난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19세의 어린 소녀가 어찌 이런 상상력을 발휘했을까?

중년이 돼서 다시 읽은 프랑켄슈타인은 놀라움을 넘어선 존경의 대상이 됐고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한 21세기에 200년 전 쓰인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에 대한 정서를 다루고 죄의식과 공포를 노래하고 있다. 요즘으로 치면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의식과 아이를 학대하고 방치하는 부모 등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는 소설이다.

인간의 예로 한 생명을 탄생시키거나 그 생명을 맡았으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인간이 지닌 기본적이 도리이자 의무이다.

더 나아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누가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인생이 좌지우지될 정도로 인격체가 만들어지게 되고 심성 또한 자리 잡아 간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시 숨어 있던 오두막집이 가난한 것을 알게 되자 식량을 훔쳐 먹지도 않고 몰래 나무를 해주기도 하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였지만, 오해와 편견으로 봉변을 당하자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우주 만물에서 생명이란 영역은 우주를 이루는 근본이 된다.

자연의 섭리에 인간의 욕심과 호기심이 개입된다면 반드시 탈이 따르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렇게 만들어진 생명체가 버려진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면...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의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울러 세상에 버려진 인간에 대한 절망을 실낙원의 한 대사에서 차용해 프랑켄슈타인의 주제로 삼았다.

창조주여

흙으로 저를 빚어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요청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내 달라고

제가 애원이라도 했습니까?

<실낙원 中에서>

프랑켄슈타인 주제 - peulangkensyutain ju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