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 mideu senchuli modeon gagu

[그 여자가 사는 집] 미드 센추리 모던이 뭐길래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 mideu senchuli modeon gagu

‘미드 센추리 모던’이라는 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했던 ‘북유럽 디자인’이란 말은 이제 퇴물로 여겨진다나? 세월의 흐름 앞에서 누군가의 취향 또한 영원할 수 없고, 그런 취향의 변화는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에 다가오기 마련이지 싶었다. 도대체 미드 센추리 모던의 매력이 뭐길래, 지구 밖 우주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다는 요즘 세상에서 다시금 20세기 중반 무렵에 탄생한 모던 디자인에 열광하게 된 걸까.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 mideu senchuli modeon gagu

미드 센추리 모던이라 부르는 모던 디자인 경향이 완성된 때는 보통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전후로부터 석유파동(1973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까지의 시기를 일컫는다. 단연코 모던 디자인 발전의 황금기라 불리던 시절이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유럽을 떠나 기회의 땅 미국으로 넘어간 수많은 유럽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 그들에 의해 20세기 초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구축한 현대적 조형예술의 이념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 꽃을 피워 20세기 중반 현대적 의미의 모던 디자인을 완성하게 된다.

인류 역사에서 최대 인명피해를 낳은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된 2차 세계대전은 사람들의 삶을 무너트렸지만, (동서양을 모두 포함해) 세계인들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꾸는 아이러니함을 낳기도 했다. 총기를 만들던 소재는 가정의 냄비와 국자가 되었고, 군사용품을 개발하던 누군가는 보통의 가정을 위한 생활용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꿨다. 전쟁이 필요로 했던 효율성이 기능성과 실용성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바꿔 일반인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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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에 위치한 4560디자인하우스 내부 모습 / 사진 차가연

이전까지 낯설고 이질적인 것으로만 여겨졌던 금속, 유리, 플라스틱, 고무 등과 같은 산업용 소재를 활용해 탄생한 20세기 중엽의 모던 디자인은 미래세대의 마음까지 빼앗을 만큼의 현대적 감각으로 똘똘 뭉친 것들이었다. 아르네 야콥센, 찰스 레이 임스 부부, 폴 헤닝센, 에로 사리넨, 베르너 팬톤, 에일린 그레이, 알바 알토 등 당대 활동했던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당시의 기술발전과 사회변화에 대응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창의적 디자인 결과물을 선보이며 디자인사(史)를 써 내려갔다.

그 시절 완성된 모던 디자인 결과물들은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도시생활에 적합한 주거환경의 변화, 조리공간과 식사 공간이 하나로 합쳐진 현대적 개념을 가진 주방의 등장, 조명과 의자가 하나의 오브제로서 역할을 하는 안락한 거실 공간에의 열망, 전기제품의 다양화와 대중화, 디자인 선택의 폭을 더욱 확장시킨 다채로운 컬러 제품의 등장 등은 모던 디자인 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이 같은 변화와 그로부터 야기된 새로운 것들에의 끊임없는 갈망으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모던 디자인의 영향권 아래 놓여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때문에 4~60년대 모던 디자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채 그것을 트렌드로 소비하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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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Inside Weather on Unsplash / Photo by Earl Wilcox on Unsplash

이유야 어떻든, 공간에 미드 센추리 모던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티크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짙은색 목재를 사용한 가구 몇 개와 강관(강철로 만든 관)을 구부려 만든 프레임에 유리나, 섬유유리, 플라스틱 같은 (당시엔 신)소재를 접목한 가구들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한다. 코발트블루, 딥 그린, 올리브 그린, 머스터드 옐로 등 채도가 낮은 컬러 포인트로 스타일링을 하면 더욱 확실한 미드 센추리 모던 느낌을 살려낼 수 있다. (참고로 7~80년대 이후로 넘어가면 채도가 높은 원색과 명도를 높인 파스텔컬러 사용이 급증한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에 활용된 디자인 특징 중 하나로 컬러와 소재, 디자인의 외형적 특징만으로 디자인 생산시기를 대략 예측해 볼 수 있는 단초로 활용할 수 있다.)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 mideu senchuli modeon gagu

나는 디자인 전공자로서 디자인사(史)학적인 의미에서 20세기 모던 디자인을 선망하고 존경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사는 집 공간의 ‘스타일’로써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을 선호하진 않는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굳이 따져보면 우리 집에도 미드 센추리 모던 시절에 완성된 디자인 제품이 몇 개 있다. 1946년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LCM 체어와 와이어 베이스 로우 테이블, 베르너 팬톤이 1960년과 1971년에 각각 디자인한 플라워 팟 펜던트 조명과 루이스폴센 판텔라 플로어 조명, 1933년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스툴 60과 하이 체어 K65가 그것이다. 모두 미드 센추리 모던 시기에 걸쳐 완성된 것들이지만, 우리 집 공간에 놓이는 순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미드 센추리 모던 감성은 자취를 감춘다. 왜일까?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 mideu senchuli modeon gagu

집은 그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감성과 생활습관이 모두 모여 하나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때문에 특정 시기의 물건 몇 개를 둔다고 해서 그 시절의 감성을 온전히 드러낼 수는 없다. 인스타그램 속 미드 센추리 모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선보이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그들의 취향 어딘가 트렌디한 복고적 감성이 내재되어 있었을 게 분명하다. 솔~직하게 그런 감성이 그 어디에도 묻어있지 않은 나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을 따라갈 수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퓨어하고 간결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춰 20세기 모던 디자인을 알고 즐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 - mideu senchuli modeon gagu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완성하기 위해 누군가는 값비싼 20세기 디자인 가구를 구입하려 할 테고, 또 누군가는 그 시절의 스타일을 드러낸 가구들을 구입하려 할지도 모른다.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 우리 모두가 그것을 소비할 수도, 소비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 취향에 맞춰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 시절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즐길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홈 스타일링을 이끄는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각자만의 미드 센추리 모던을 즐기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트렌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2021/01 • ISSUE 32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오래전 가구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를 알아보자.

editorWang Minah writerHeo Sudol 가구 숍 ‘컬렉트’ 디렉터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의 인기도 높아졌다. ‘미드센추리 모던’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새롭게 일어난 생활양식 디자인 운동을 의미하며, 그 시대의 디자이너 혹은 건축가가 만든 가구를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라 부른다. 상징적인 디자이너로 꼽히는 아르네 야콥센, 폴 헤닝센, 한스 웨그너 등이 있다. 이들의 작품은 시대와 세기를 대표하는 가구가 되었다.

시대가 만든 디자인

 

당시 전쟁이 오래 이어지며 물자와 자원이 부족했고, 디자이너들은 가구를 만들 때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작품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사실 시대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재료가 부족해 그동안 쓰지 않던 강철 소재를 사용하거나, 찰스 & 레이 임스 부부처럼 새로운 부목을 개발하며 합판이라는 소재를 폭넓게 활용하는 식이다. 당시는 시대 환경 때문에 고국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경계 없이 곳곳에 모여 서로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었다. 한계를 역으로 이용해, 모두 같은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각자 다른 색깔을 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다채로운 이 가구들을 만나게 됐다.

  8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집에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가구가 놓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간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나에게 맞는 가구를 찾는 사람 역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는 같은 디자이너라도 만든 시기나 공장에 따라 디테일이 모두 다르다. 똑같은 것보다는 내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찾는 사람들이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에 희소성이 더해지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국내를 넘어 해외 판매자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경계가 없다.

미드센추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의 특징이 궁금하다면 대표 디자이너들을 살펴보면 된다. 중국 명나라 시대의 가구에서 영감을 받아 복잡함을 걷어내고 순수함과 단순함을 강조해 의자 ‘CH 24’를 만든 한스 웨그너. 기능, 편안함, 분위기라는 세 가지 원칙을 고수해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조명 ‘PH 시리즈’를 만들어낸 폴 헤닝센.  라탄을 엮어 간결하면서도 직선적인 실루엣의 의자 ‘잔느레 체어’를 만들어낸 피에르 잔느레. 다리가 3개인 의자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 역작을 남긴 아르네 야콥센까지. 시대의 한계 속에서 가구의 본질에 집중해 간결한 선을 만든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져 지금 그 가치가 더 빛나고 있다.

직접 보는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HIGHLIGHT SPOTS

다들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을 말하지만 정작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면 직접 가서 보자.

여기 소개하는 곳에서는 당대 디자이너들이 만든 제품을 

둘러볼 수도, 만져볼 수도 있다.

생활 공간에 놓인 미드센추리, 

4560 디자인하우스

20세기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의 작품을 비롯해 당시 활동하던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개인 수집가의 공간. 새하얀 배경에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턴테이블과 브라운관 TV를 바라보는 경험은 4560 디자인하우스에서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놓아둔 만큼 단순히 전시라기보다는 당시 거실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4560 디자인하우스의 특별한 점이다.

ADD 서울시 서초구 매헌로 16 하이브랜드 3층

CONTACT  010-7412-4560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가구를 만날 수 있는 브런치 카페. 브런치 카페에도 가구를 배치해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는 물론이고 라이선스를 취득해 지금까지 지속해서 생산하고 있는 리프로덕션 가구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공간과 예산에 맞는 가구 구성을 컨설팅하거나, 갤러리의 예술품처럼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를 매입해 위탁 판매하는 등 가구에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91

CONTACT  02-792-0865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 가구를 중심으로 구성한 디자이너 빈티지 가구점. 컬렉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위클리 캐비닛’이라는 이름으로 전시 공간을 운영한다. 허수돌 디렉터는 사람들이 가구를 둘러보면서 실제로 소비하고 싶도록 이곳을 만들었다. 콘셉트를 정해 가구를 놓고 그에 어울리는 조명이나 포스터를 두는 식.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 조지 넬슨의 버블 램프 등 디자인 가구를 예술 작품처럼 구경만 하도록 하지 않고 일상으로 끌어오겠다는 컬렉트의 마음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10길 60 한강빌딩 101호

CONTACT  02-794-4385

가구부터 조명, 오디오, 키친웨어, 음반,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사무엘스몰즈에는 온갖 20세기 물건들이 한데 모여 있다. 가구가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소품이 많다. 20세기에 만든 수많은 물건 중에서도 이들이 선택하는 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것. 다채로운 색감의 빈티지 조명과 디터 람스, 브라운 등 당대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미니멀한 가구도 갖추고 있어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을 사랑한다면 이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꾸준히 지켜볼 만하다.

ADD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5가길 25

CONTACT  02-2135-5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