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과학적 원리 - masyeon gwahagjeog wonli

영화 '마션'처럼 우주기지에서 감자를 기를 수 있을까

입력 2021.02.08 09:01
수정 2021.02.08 09:01 생글생글 694호

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36) 우주기지에서 식물재배

마션 과학적 원리 - masyeon gwahagjeog wonli

우주정거장 식물재배모습. NASA 홈페이지

우리는 우주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GPS(위치추적기)를 통해 자동차 네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인공위성을 넘어 가까운 시일에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짧은 기간의 우주여행을 위해 필요한 식량은 우주식품으로 가능하지만 수개월 이상 장기간 우주비행사가 우주기지에 체류할 때는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해야 한다. 필요한 많은 양의 식량을 우주선에 싣고 가기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해서 식량을 조달해야 하는데, 과연 우주기지에서 식물을 재배할수 있을까.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빛,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해야 한다. 광합성을 위해서 적정한 온도도 중요하다. 달, 화성 등 위성과 행성은 일교차가 심하고 온도가 영상 50도 이상이나 영하 100도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아직까지 우주 행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여러 가지 우주환경을 고려할 때 행성에서 직접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마션(The Martian)’처럼 우주기지 내에서는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겠지만 물이 가장 문제가 될 것이다. 선진 우주연구소에서는 우주기지에 어떤 식물이 가장 적합한지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우주기지에서 식물 재배와 관련한 우주과학 공상 영화 ‘마션’과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Biospehere2)’에 대해서 알아본다. 영화 ‘마션’ 감독이 고구마를 알았더라면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에 참여한 우주비행사가 홀로 우주기지에 낙오했다가 생존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과학지식을 총동원해 어렵게 물을 만들고 감자 재배에 성공하며 버틴다. 만약 영화감독이 고구마를 알았더라면 당연히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를 심었을 것이다. 감자도 재배 지역과 용도에 따라 좋은 건강식품이 될 수 있지만 물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조건에서는 고구마가 훨씬 유리해서다.

고구마는 전분작물(벼,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가운데 물을 가장 적게 요구한다. 우리가 필요한 칼로리 가운데 50~70%는 전분이다. 고구마는 껍질째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데 비해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요리해야 한다. 우주생활은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 노화와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데, 고구마는 감자에 비해 항산화물질이 많아 노화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예방뿐만 아니라 전분을 천천히 당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당뇨환자와 비만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고구마의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고구마를 일찍부터 우주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고구마는 우주식품을 넘어 우주기지 재배에 적합한 품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고구마가 중국 서북부 사막화지역, 카자흐스탄 남부 등 척박한 토양에 적합한 작물로 판단해 이들 지역에 적합한 품종 육성을 수행하고 있다.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의 실패 교훈우주기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지구에서 실험한 예로 바이오스피어2(Biospehere2)를 들 수 있다. 바이오스피어2는 인간이 지구 멸망을 대비해 1991년부터 약 2년 동안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에서 진행한 초대형 인공 생태계 프로젝트다. 과학자 8명이 외부와 물질 교환 없이 자급자족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인공 생태계를 만들어 실험을 실시했으나, 산소 부족 등으로 실패해 지금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공 생태계의 전체 규모는 1.25ha에 달하는 유리온실로 콘크리트, 유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부에는 열대우림 등 7개의 서로 다른 환경구역으로 나누어 다양한 식물과 동물을 넣었다. 토양에 섞여 있는 호기성 미생물이 막대한 양의 산소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산소가 부족하니 이산화탄소 역시 사라져 결국에는 모든 생태계 균형이 무너졌다. 이런 환경에서 참가자 간의 대립 관계와 같은 정서적 문제가 발생해 결국 실패했다. 바이오스피어2는 우리 인간에게 생태계를 모방하고 창조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리고 있다. 우주기지 식물 재배의 전망인간의 호기심을 넘어 지구자원의 유한성으로 우주탐사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할 것이다. NASA는 지난해 6월 민간인 우주정거장 계획을 발표,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를 비롯해 버진갤럭틱, 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들이 우주여행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페이스X는 유인우주선(4인) 첫 발사를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가 화성으로 무인탐사선을 보냈다. 지금은 달, 화성 등 몇 군데 우주탐사에 주력하지만 머지않아 더 멀리 있는 행성까지 갈 것이다. 오랜 기간 우주기지에서 생활하려면 우주인이 우주기지에서 식량을 조달해야 할 것이므로 우주기지에 적합한 우주식물 개발은 중요한 연구 테마가 될 것이다.

NASA와 캐나다우주국(CSA)은 지난달 12일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를 열어 장기 우주기지 생활을 위한 식량생산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했다. 주최 측은 우주비행사 4명이 재보급을 받지 않고 3년간 우주왕복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것, 투입하는 자원은 물론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할 것, 맛과 그리고 영양가가 있을 것, 안전할 것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극한 우주환경에 맞는 식물을 연구하면서 얻어지는 노하우는 지구에서 척박한 토양을 활용하는 품종 육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땅이 작고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우주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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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고구마를 일찍부터 우주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고구마는 우주식품을 넘어 우주기지 재배에 적합한 품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고구마가 중국 서북부 사막화지역, 카자흐스탄 남부 등 척박한 토양에 적합한 작물로 판단해 이들 지역에 적합한 품종 육성을 수행하고 있다.

포기는 없다. 눈앞 문제부터 해결해 살아남으라. 마션(The Martian, 2015)

- 과학자가 추천하는 영화, 마션(The Mart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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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션은 한 과학자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생존하는 우주판 로빈슨 크루소다.

나 홀로 화성에 남았다. 갑자기 불어 닥친 모래 폭풍에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더니, 나만 빼고 동료들 모두가 지구를 향해 떠나버렸다. 내가 죽은 줄 알고 포기한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바로 이곳 화성에서.

영화 ‘인터스텔라’로 천체 물리 열풍이 한동안 불더니, 2015년에는 화성 생존기가 우리의 과학적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영화 속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하루 하루 살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화 ‘마션(The Martian)’은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원작은 영화 개봉 전부터 탄탄한 과학적 검증으로 호평을 받았다. ‘생존 전문 배우’ 맷 데이먼이 열연한 마션은 원작 소설의 감동을 스크린 위에 생생히 재현해냈고, 관객들은 그가 마침내 지구 귀환에 성공하자 환호를 질렀다.

주인공의 번뜩이는 과학적 재치와 과감성이 부러워

포스텍 내에 자리 잡은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에서 만난 송하영 연구원은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과학적 재치와 응용력을 극찬했다. 특히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기 위해 하이드라진(Hydrazine)을 이용해 물을 만드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하이드라진은 로켓 연료로 사용되는 액체 화학물질로, 화학식은 N2H4다. 영화에서 마크 와트니는 전이금속인 이리듐 촉매 위로 하이드라진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수소와 질소의 결합을 끊는다. 이렇게 분리된 수소를 태워 물을 얻어낸 것이다.

“알고 보니 마크 와트니가 사용한 방법은 실제로 하이드라진 로켓추진제의 작동방식이더군요. 원작 소설에도 나오지만, 사실 이 방법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폭발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은 물론 독성이 강한 하이드라진에 중독되어 사망할 수도 있죠. 그러나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송 연구원은 주인공이 화성의 밤 추위를 이겨내는 장면 역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화성에 도착하자마자 묻어버렸던 플루토늄 원자력 전지를 다시 꺼내 금박으로 감싼 후, 로버(rover, 행성 탐사선으로 일종의 이동 차량)에 두고 여기서 발생하는 열로 추위를 이겨낸다. 송 연구원 자신은 방사능 피폭이 두려워 절대 그런 모험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가끔 방사능을 이용한 실험을 하기 때문에 관련 주의 사항을 교육받고 있습니다. 교육 내용을 생각해 보니 주인공이 정말 저렇게 해도 되는지 걱정됐어요. 역시 저는 소심한 성격 탓에 화성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에요. 하하하.”

만약 화성에서 돌아온 마크 와트니에게 수업을 받는다면 송 연구원은 “건강은 어떠십니까?”를 제일 먼저 묻고 싶다고 한다. 독성 강한 하이드라진과 방사능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분명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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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연구원은 하이드라진과 플루토늄 등을 사용하는 마크 와트니의 과감성에 경의를 표했다.

패스파인더를 이용해 지구와 통신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고 한다. 마크 와트니는 먼저 임무를 끝낸 무인탐사선 ‘마스 패스파인더’를 땅 속에서 꺼낸다. 그리고 지구에 ‘YES’와 ‘NO’ 의사표시를 전달한다. 이 방법을 발전시켜 아스키코드를 이용한 16진법 통신으로 지구에 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농담 따먹기도 한다. 이 통신 체계는 NASA가 와트니 구출작전을 세우게 된 계기가 된다.

화성에서 살아나가는 과정 전부가 실제 과학 연구와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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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분자 디자인을 연구 중인 송 연구원은 영화 속 마크 와트니처럼 가장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연구 방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이은성 연구위원 연구실에서 카벤(Carbene)을 연구하고 있다. 카벤이라는 물질은 일반적인 탄소원자들과 달리 두 개의 결합만을 갖고 있는 불안정한 탄소기반 화학물질로, 탄소 원자 주변 환경에 따라 성질이 바뀐다. 물질 주변 환경을 바꾸거나 구조를 바꾸면 금속과 같은 성질을 발현하기도 한다. 송 연구원은 지난 해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된, N-헤테로고리 카벤을 이용한 일산화질소 포집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송 연구원은 주인공의 생존 방식이 실제 과학 연구와 많은 부분 닮았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당면한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자신이 연구하면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당면한 과제부터 최선을 다해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결국 어디로든 가게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멀리 내다보고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수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대가가 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연구관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분자 디자인과 관련된 연구도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나가고자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성질을 갖는 분자를 디자인하고 합성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주변 구조를 조금만 바꿔줘도 크게 성질이 달라지는 카벤이 흥미롭습니다. 중금속 촉매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카벤을 촉매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영화 즐겨봐

마션과 같은 과학영화는 일반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을 심어 줄 수 있다. 반면 과학적 오류가 있는 경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송 연구원은 과학영화라면 오히려 오류가 있어야 대중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영화 제작자는 영화 속 핵심 장치들을 충실하게 검증하되 가끔은 극적인 연출을 위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과학 원리를 찾아보면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대중들의 과학적 소양이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논란거리를 조금씩 남겨 두어야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평소 과학관련 서적을 탐독한다는 송 연구원. 어렸을 때 과학 잡지와 과학 만화를 좋아해 즐겨 보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갖고 있던 과학에 대한 흥미가 유지돼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과학 대중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 팟캐스트나 영화의 유명세를 통해 재조명되거나 새롭게 발간되는 다양한 서적 덕에 일반인들이 과학적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 연구원은 영화의 원작인 소설 마션을 꼭 읽어보길 추천했다. 영화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과학적 현상도 책에는 충실하게 나와 있어 극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살아남은 마크 와트니의 생존기가 과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크 와트니의 번뜩이는 과학적 재치와 과감한 결단력이 부럽다는 송 연구원. 마션을 통해 받은 자극으로 그가 영화 속 마크 와트니처럼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과학자로 발전해 가길 기대한다.

마션(the Marti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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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들리 스콧

주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페나, 세바스찬 스탠

줄거리: 포기란 없다! 반드시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NASA 아레스 3 탐사대는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중 예기치 못한 모래폭풍을 만난다. 팀원들은 모래 폭풍에 휘말린 팀원 마크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남겨둔 채 화성을 떠난다.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 와트니는 기발한 재치를 발휘해 남은 식량으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노력한다. 마침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지구에 알리게 된 마크 와트니.
NASA는 총력을 기울여 마크 와트니 구조작전에 나서고, 아레스 3 탐사대 또한 그를 구출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을 찾게 되는데……
전 세계가 바라는 마크 와트니의 지구 귀환! 그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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