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 geulaeseo jigeumdo naneun gung-geumhada ellibeiteoe kkin geu namjaneun eotteoh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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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작가김영하출판문학동네발매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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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1

내 BEST 책 중 하나.

이 책은 내 인생에 제일 기억에 남는 책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제목이 독특해서 잊을 수 없는 것이고

두 번째로 남이 보면 평범하지만 나에겐 책에 얽힌 묘한 경험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비가 후두둑 후두둑 오던 날. 내가 20살 대학 새내기였을 때.

네이버 트렌드 리포터 발대식이 있던 날, 정자 그린팩토리에 처음 방문한 날.

네이버 도서관이 구조적으로 독특하고 인테리어가 예뻐서 이곳저곳 다니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디자인 서적, 예술 서적 등 회사 내 저렇게 큰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며 책장 구석들을 살펴보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 때 홀린듯 내 눈에 들어온 제목.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제목만으로 끌려서 집어들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읽었다.

단편으로 이루어진 그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제서야 폰으로 '김영하'라는 작가를 검색해보았다.

유명했다. 정말 주목받는 유명한 작가였다.

신기했다. 난 정말 그 수많은 책 더미 속에서 끌리는 제목을 가진 책 한권을 집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책을 골랐을까?

나는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을 볼 생각이 아니었는데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을 고르기 귀찮아 집어 든 책이었는데.

뭐랄까 읽는 시간동안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았다.

희망찬 해피엔딩의 시원한 마무리나 가슴 떨리는 감동이 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살짝은 기묘한 내용을 담은 소설.

해피엔딩은 커녕 뭐라 표현하기도 뭐한 이상한 엔딩들.

그런거 있잖아. 우리 어릴 때 보던

'으악 너무너무 무섭다!'이런 시덥지않은 공포책에서 느낄 수 있던 약간의 긴장감.

그러면서도 한장 한장 넘길 때 궁금하고, 어떤 전개를 이어나갈지 가슴 콩닥콩닥하게 만드는 그런 거.

# 2

- 간략한 줄거리 -

자원관리부 정수관 대리.

아침에 면도기가 부러지고 엘레베이터가 고장난다. 출근 길 휴대폰과 지갑을 두고왔다.

부랴부랴 버스를 타지만 버스사고가 나고 버스에서 치한으로 몰린다.

결국 전력질주 해 회사에 도착했지만 엘레베이터가 고장나고 겨우 탈출해 회의에 도착하지만 지각하고 만다.

'나'정수관은 짜증나고 불행한 일이 가득한 가운데서도 타인을 설득시키려고하고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다.

퇴근 길. 행색이 초라해 경비에게 끌려갈뻔한다.

집에 도착해 씻는데 차가운 물이 나오자 경비실에 인터폰을 연결한다.

경비는 이미 충분히 알린 내용이라고 화를 내고 인터폰을 끊는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 3

현대 도시사람들의 냉혹한 무관심을 조금은 오싹할 정도로 담담하게 담아냈다.

엘리베이터에 낀 사람을 보고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길거리에서조차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전화 한 통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

버스에서의 추행이 자신이 아님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회사 엘레베이터가 오랫동안 멈춰있어도 경비실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힘겹게 구출해준 미스정은 구하러 온다고 하고 '나'를 버렸다.

회의실에서도 '나'의 상태에 대해 아무도 주의깊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하루 끝에서 '나'는 생각한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 한 줄에 전율이. 소름이 돋았다.

# 4

'나' 정수관이 이야기 한 것처럼 이상한 날이었다. 시작부터 휴대폰과 지갑을 두고 나왔다.

머피의 법칙처럼,하루 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기다렸다는듯이 찾아오는 날.

운수 더럽게 좋은 날처럼, 하나씩 사소한 불행으로 어긋나는 하루.

주인공의 하루 목표는 소박하다. 회의에 제대로 도착해 혼나지 않는 것.

출근 길 엘레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를 발견하게 된 그 순간의 담담한 묘사가 오싹하다.

엘리베이터 아래로 사람의 다리가 매달려 있다는 것.

계단으로 출근한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은 왜 이런 충격적인 일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을까? 

'나'는 사람을 구한다는 정황을 말하면 사람들이 핸드폰을 빌려줄 것이라 믿고 끊임없이 부탁했지만 빌릴 수 없었다.

'나'는 엘레베이터에 갖히고 미스정이 뾰독한 구두로 자신을 밝고 탈출한 뒤 돌아와 구하러 오지 않았을 때도,

탈출하면서 먼지와 기름때에 더럽혀졌을 그녀의 블라우스를 생각하며 측은해 했다.

'나'는 끝까지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누구도 '감사합니다', '좋은분이네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고 '그러려니' 넘긴다.

집에 돌아와 더러운 몸을 씻는데 갑자기 차가운 물이 나와 경비실에 연락을 넣었을 때에

경비는 방송으로 이미 알렸고 공고문 보지 않았냐고 화를 내고 인터폰을 끊었다.

사람들은 작은, 사소한 일에 지나친 경계를 하고 타인의 실수에 예민하고 냉정하게 반응한다.

바쁜 세상, 바쁜 사회, 바쁜 일상, 바쁜 삶은 '함께'가 아닌 '개인'에 집중하게 만든다.

격리된 도시생활이 확대되면서 범죄가 증가하고, 점점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약해졌다.

무엇이 더 중요하냐 묻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당연히 '사람'이 먼저라고 말 할 것이다.

하지만, '나 하나 못 본 척 해도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하는 행동을 안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타인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위급하다 하더라도, 모두가 암묵적으로 그 불행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하는,

'도우면 괜히 내게 불똥이 튀긴다.'는 야박한 변명을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타인의 목숨보다 나의 사소한 일상이 더 중요한 사람들.

목숨보다 더 중요했던 '나'의 일은, 휴지사용 절감에 대한 시덥잖은 브리핑을 하는 것이었다.

주인공도 처음 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를 외면한 시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에 그 남자를 궁금해 한 것도 풀리지 않은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만은 그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의 '안녕'에 관심을 두고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신경 써 기억하지 않지만 '나'는 모두에게 작은 관심을, 온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나'에게 선심을 베풀어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하루는 이렇게 꼬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변명하지 않는다.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나'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터지기 직전의 그 아슬아슬한 수위를 견디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말하는 '아직 살만한 세상'의 균형을 힘겹게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심이 의심 받는 세상. 선행을 해도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세상.

그 차가운 도시의 삶에서 '나'는 보다 '사람다운' 사람이다.

무관심 속에 '관심'이라는 작은 싹을 틔우는 것이 바로 '나' 아닐까.

그래서 마지막 한 줄에 전율이. 소름이 돋았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 geulaeseo jigeumdo naneun gung-geumhada ellibeiteoe kkin geu namjaneun eotteohge

1. '킬리만자로에 오르기 위해 석 달 동안 새벽 신문을 돌렸습니다.'한 사진 현상 업소의 광고문구. 사진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는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정말로, 그는 석 달 동안 새벽 신문을 돌렸을 것이다. 돈보다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였겠지만. 나는 그가 부러웠다. 꿈꾸는 일을 위해 석 달을 하루같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그가 경이로웠다. 나였다면 단 일주일도 힘들었을 터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굴러간다.

2. 컴퓨터가 없으면 음악도 영상도 없다. 그러니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물론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도 그것을 끄는 일이다. 창이 없는 이방에서 컴퓨터는 내 창이다. 거기에서 빛이 나오고 소리가 들려오고 음악이 나온다. 그곳으로 세상을 엿보고 세상도 그 창으로 내 삶을 훔쳐본다.

3. 우리는 함께 여행사에 갔다. 지도를 샀고 대형서점에 가서 여행안내책자를 구입했다. 지도를 펴놓고 도시마다 동그라미를 치며 일정을 짰다. 그건 참으로 행, 복, 한 일이었다. 지도 위엔 우리가 가야 할 도시와 산 들이 냉정한 글씨로 씌어 있었다.

4. 우리는 여행 가서도 그녀가 좋아하는 바흐와 너바나를 듣기 위해 소형 카세트를 샀다. 일제 워크맨이었고 성능이 좋았다. 두 개의 이어폰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탈 떄, 우리는 하나의 음악을 함께 듣게 될 터였다. 

5. 우리는 다른 연인들처럼 극장에도 가지 못했고, 공원을 거닐거나 동물원의 원숭이도 보지 못했다. 멋진 식당에서 밥을 먹지도 못했고 카페를 전전해보지도 못했다. 우리가 함께한 일이라고는 함꼐 마법사들을 무찌르거나 서로 격투를 벌인 일 뿐이었다. 배달된 중국음식과 도시락, 찌개백반 따위가 우리가 함께 먹은 모든 것들이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회전 돌려차기를 할 때 그녀의 얼굴에는 득의만만한 웃음이 흐르곤 헀었다. 마법사의 목을 자를 때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에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키보드가 부서지는 줄 알았었다. 내게 어울리는 추억이란 그런 것들이었다.

6. 소설들은 대체로 일상-환각-일상이라는 순환적 이야기 구조를 밟는다. "그런 날들이 계속, 계속되었다. 바로 오늘까지."(고압선), "바람이 분다. 한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분다"(바람이 분다), "아, 그래서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엘리베이터에 낀 그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등등 주인공들은 놀라운 사건을 겪었지만, 그것이 그들의 삶을 본질적으로 바꾸어놓지는 않는다.

7. 사진관집 여인은 경찰 앞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잡아떼는 속물적 인간과 기약 없는 연애를 지속 할 것이며, 형사는 평소처러머 부인의 품에 안겨 잠들 것이다. 이것은 예정된 비극이다.

8. 그러나 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몸이 투명해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결국 투명인간이 되어 직장도 잃고 가정도 엉망이 되는 은행원은 진정한 사랑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 앞에 절망한다. 그가 잠시나마 애정을 바쳤던 불륜상대는 그가 부재한 사이에 옛 연인인 B와 다시 만나 섹스를 벌인다. 이러한 배반의 현실 앞에서 그는 초라한 일상인으로서의 자기를 돌아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남자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인 것이다.

9.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유독하고 매캐한, 조금은 중독성이 있는, 읽는 자들의 기관지로 빨려들어가 그들의 기도와 폐와 뇌에 들러붙어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며 다소는 몽롱하게 만든 후, 탈색된 채로 뱉어져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그런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나는 바랐다.

매 편마다 아주 흥미로웠다. 이중적인 캐릭터들이 많아 더 읽기가 즐거웠던 것같다. 자신의 아들을 들먹이면서 경희야 사랑해같은 유치한 사진을 왜 주고 받았겠냐며 시치미 떼던 남자는 결국 당당하지 못한 연애 중이었고, 화살표가 '그곳'을 향하던 여자애에게 강해보이고 싶던 남자는, 그냥 종식이처럼 얼른 붙잡히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냥 참 참신하다. 내용도 너무 좋고 담배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던 작가의 목적이 아주 잘 달성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편인<바람이 분다>를 읽을 때는 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지 하며 이마 탁 모먼트도 가졌다. 이모저모로 추천할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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