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넷플릭스에서만 볼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도 빼어난 작품성, 신선한 소재와 연출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러브 데스 로봇' 시즌1... 멋진 작품이었던 시즌1과는 달리 시즌2는 살짝 김이 빠진 감이 있었는데, 요번에 다시 돌아온 시즌3은 다시 예전의 불꽃튀는 예술감을 되찾은 듯 합니다.

    20여분 남짓한 짧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어긋난 항해>편은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전해주는 묵직한 메시지가 숨 쉴틈조차 주지 않고 정신없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화려하게 그려진 그래픽에 눈이 호강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어긋난 항해>편은 전반적으로 색감이 어둡고 등장인물도 주름살 자글자글한 선원들의 모습을 약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편입니다.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내용을 스포일하게 되니 영화를 직접 보실 분들은 포스팅을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갠적으로 징그럽고 잔인한 것을 극혐하시는 분이 아니시라면 보시길 권해드릴만큼 꽤 괜챦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항해 중이던 배에 거대한 괴물게가 올라타서 선실에 자리를 잡고 먹을 것을 요구합니다.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여겨 제비뽑기를 하지만, 막상 힘 쎈 놈이 걸리자 애초의 희생자 선발목적의 제비뽑기는 순식간에 지도자를 뽑는 것으로 변질되고 힘없는 주인공을 괴물게에게 희생자로 바칩니다.

    힘쎈 놈에게 밉보이기 싫어 대부분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모습도 스쳐지나듯 보여주지요.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주인공이 죽음을 각오하고 괴물게에게 다가간 순간, 어이없게도 괴물게는 인근 섬으로 자신을 데려다 줄것을 요구하고(나중에 나오지만 엄청난 새끼게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더 많은 먹이감(사람)이 필요했던 거였지요...) 주인공은 그곳에 데려다 줄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괴물게와 협상을 합니다. 2가지 조건을 내거는데, 자신은 절대로 죽여서는 안되고 괴물게로부터 권총이 들어있는 서랍의 열쇠를 받는 거였죠(이미 잡아먹은 사람의 몸속에 있었고 괴물게는 협상을 지키기위해 게워내지요.).

    서랍에서 권총을 빼내 배 안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된 주인공은 애초에 제비뽑기에 걸렸던 힘쎈 놈부터 괴물게의 먹이로 처단하고(한번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자에게 줄을 섰던 선원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번엔 총을 가진 주인공에게 줄을 섭니다.), 나머지 선원들에게 괴물게의 요구사항을 전달합니다.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괴물게를 인근섬으로 데려다주고 자신들은 줄행랑을 쳐서 살것인가, 아니면 인근섬을 지나쳐서 무인도에 괴물게를 끌고 갈것인가(이 경우는 결국 괴물게와 사투를 벌어야 하고, 이는 선원들 모두 죽을 가능성이 엄청 높은 일이었죠...) 결정하는 투표를 이어서 치르게 되지요. 결국 이 투표는 나 대신 타인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갈수 있겠느냐의 문제인 셈인데, 이런 장면은 영화 <배트맨>에서도 한번 연출되었었죠. 하지만, <배트맨>에서와는 달리 <어긋난 항해>에서는 선원들 모두 인근섬으로 괴물게를 직행해서 데려가는 쪽으로 투표합니다(이런 사실은 영화 끝부분에서야 밝혀집니다... 짧은 시간에 꽉 짜여진 내용의 연출력이 대단했습니다...). 다들 나 살기 바쁜 거죠...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여기서 주인공은 투표 결과를 감추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무인도로 가자고 하는데 비겁한 선원 2명만이 자기만 살겠다고 인근섬으로 직행하자는데 투표했다며 2사람을 궁지로 몰고가 총살해 버립니다(이때만 해도, 이러한 행동이 주인공의 큰 그림인줄 몰랐지요. 다른사람들 모두 어디에다 투표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니까요...). 이후 나머지 선원들은 졸지에 주인공이 하자는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죠.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이 오랜기간 한국사회를 지배하던 방식과 아주 유사한 상황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을 죽이려는 선원들을(인근섬을 패씽하여 무인도로 끌고 가려는 선원들은 주인공의 총이 무서워 모두 주인공의 의견에 동의하는 척 하고 있었죠.) 모조리 사살하고 괴물게의 먹이로 던져준 후, 최후엔 괴물게마저 불에 태워 죽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러브데스로봇 어긋난 항해 - leobeudeseulobos eogeusnan hanghae

    20여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이 많은 이야기들을 다 구겨넣었지만, 완성도 높게 연출하여 시즌3의 9편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작품이었어요.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제비뽑기 결과를 무력으로 뒤집어버리는 모습(공동체에 있어서는 안될 최악의 인간들이죠...)에 오버랩되는 그 무언가가 있었고, 상황이 역전되어 바로 보복하는 모습 또한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생존투쟁에서 갖가지 권모술수가 펼쳐지는 장면들도 꽤나 가슴아팠고, 모두 자기들만 살겠다고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모습도 인간의 저열한 밑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아 우울했지요. 이 모든 걸 20분안에 담아냈다는 게 가장 놀라운 점이기도 했구요...

    지난 3년여동안 전세계를 뒤흔들어놨던 코로나 사태도, 처음부터 중국에서 강력하게 통제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지요. 지금에서야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고 저 난리를 피우는 중국을 보고 있자니 욕이 안나올수가 없더라구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고, 각국의 패권다툼이나 자국이기주의를 보고 있자니 미래가 참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란 모순덩어리 인간들에겐 허망한 꿈같은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