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평문 예시 - eum-ag bipyeongmun yesi

◇경계의 음악/에드워드 사이드 지음·이석호 옮김/584쪽·3만2000원·봄날의책

음악 비평문 예시 - eum-ag bipyeongmun yesi

제목은 ‘경계의 음악’이지만 저자에게 비판의 대상은 경계가 없다. 유명 지휘자는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들쭉날쭉하고 앞뒤 조리가 닿지 않는’ 연주를 들려준다며, 저자가 호의를 가졌던 피아니스트도 ‘훌륭한 작품을 무자비하게 꼬챙이에 꿰어 두들겨 패고 짓밟는다’며 회초리를 맞는다. ‘음알못’들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고명한 이름들이다. 이들을 꼽아 보며 때로 공감하고 때로 부르르 떠는 것도 음악 팬인 독자가 가질 수 있는 재미다.

저자의 동료라 할 음악이론가들도 창날을 피할 수 없다. ‘베토벤은 4온스만큼, 바그너는 2온스만큼 고귀하다는 식이라니, 음주운전자 혈중 알코올 수치라도 된다는 말인가.’ 악성(樂聖)들의 신전 위칸에 모셔진 작곡가들조차 호된 소리를 듣는다.

문학평론가이자 문명비평가였던 저자는 1986년 이후 ‘더 네이션’지의 음악평론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이 책은 특정한 주제 없이 그가 접한 콘서트에, 음악축제에, 신작에 대해 날카로운 펜을 든 평론들의 모음이다. 거의 매번 가차 없는 독설을 퍼부으면서 평론가로서의 평판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의 음악적 지식도 문학과 문명에 대한 것 못지않게 해박했으며 관점이 냉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설이 그의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높게 평가하는, 그를 움직이는 음악적 체험은 무엇이었을까. “음악에 대한 경험을 ‘우리가 자양분을 취하는 외부의 경험과 연결시켜’ 음악 그 자체로부터 이격(離隔·띄워놓기)시킴으로써 우리의 지성을 자극”하는 체험을 저자는 높이 평가한다.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각은 로고스(logos·논리) 우위적이며 친(親)모더니즘적이고, 묘한 방식으로 계몽적인 미학자 아도르노의 지점에 가깝다. 다만 모든 음악 팬이 이러한 관점에 설득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텍스트에 거리를 두며 읽은 독자를 이 저자는 더 기뻐했을 듯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비평적 글쓰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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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이란 무엇인가?

좋은 예술 작품은 그 수용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깊은 ‘울림’을 준다. 예술이 감상자의 내면에 남기는 파문은 호기심의 만족이나 정서적 감동일 수도 있고, 미적 감흥이나 도덕적 충격일 수도 있다. 또는 이 모든 것이 뒤섞인,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복합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한 비평은 이러한 감상 경험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작품의 의미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일정한 기준에 의해 그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활동, 혹은 그러한 활동을 구현한 글쓰기를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비평의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비평은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인간이 생산해 낸 것들, 이를 테면 학문, 기술, 문화, 문명과 그 산물들 모두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비평은 문학, 음악, 미술, 건축, 영화, 사진 등의 예술 작품을 위시하여 인간의 모든 문화적 산물의 의미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그 가치와 의의에 대해서 성찰하는 글쓰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정의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비평은 감상(appreciation), 해석(interpretation), 평가(evaluation) 등의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criticism의 그리스어 어원인 ‘Krinein’은 ‘가려내다’, ‘구분하다’, ‘평가하다’, ‘재판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라틴어 어원인 ‘criticus’는 ‘재판관’, ‘감정가(鑑定家)’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어원에서부터 비평은 사물의 특징을 분별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작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비평의 주요한 목적이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평가임은 틀림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평은 대상에 풍부한 해석이나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꼼꼼한 분석을 통해 얻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작품의 가치를 자의적으로 재단한다든가 작품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이 빈곤한 글은 바람직한 비평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비평을 작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흠잡기로 잘못 이해하는 것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비평은 대상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글이라기보다는 대상에 대한 풍부하고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고를 개진하는 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텍스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즉 온전한 감상과 해석을 결여한 채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본다면 비평은 새로운 창조 작업에서 멀어져 소모적인 행위로 전락하기 쉽다.

참고자료 : 이명재․오창은, 『문학비평의 이해와 활용』, 경진, 2009.

  • 감상문과 비평

감상은 비평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두 활동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감상문과 비평은 실제에 있어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원리적인 차원의 차이에 주목해보는 것은 비평의 성격과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감상문은 대상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둔 글이며 비평은 비판적 읽기에 초점을 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책을 읽고 감상문이나 독후감을 써야할 경우도 있고, 서평이나 비평문을 써야할 경우도 있다. 감상문이나 독후감은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직관적인 느낌이나 인상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을 개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서평이나 비평문은 그 대상의 의미를 해석하고 가치를 평가하되, 그 판단의 객관적인 근거와 타당한 기준을 함께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감상문의 필자는 어디까지나 감상의 경험을 설명적이고 묘사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면 비평문의 필자는 작품 해석과 평가에 관련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비평의 맥락을 상세히 제시하고 작품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감상문도 직관적이고 단편적일망정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담은 글이기 때문에 시각에 따라서는 비평적 글쓰기의 일종으로 포함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에 있어서도 감상문과 비평의 회색지대에 놓인 글들도 많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비평문을 쓰고자 한다면 양자의 차이를 의식하여 해석과 평가에서 객관성이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 비평적 글쓰기의 종류

인간이 생산해낸 모든 것들이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비평의 영역이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그 가운데 예술과 대중문화의 물질적․비물질적 산물들은 특히 비평의 대상으로서 자주 다루어진다. 이 가운데 대학에서 자주 과제로 부과되는 비평적 글쓰기의 대표적 유형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각 유형별로 비평적 글쓰기의 기초적인 방법이나 지침을 설명한 소책자들을 안내하고자 한다.

– 문학 비평

비평이 곧 문학 비평을 의미하는 말로 흔히 쓰일 만큼 문학 비평은 비평의 고전적인 분야에 속한다. 문학 비평은 시, 소설, 희곡, 수필, 문학 비평 등 모든 장르의 작품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문학 텍스트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기에 문학 비평은 담론에 대한 담론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여타의 예술 비평과 문학 비평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이 문학 담론의 수사학적 구성 요소들, 즉 작가, 작품, 독자, 세계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비평의 관점을 나누어볼 수 있다. 작품의 창작자로서의 작가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의도나 사상, 상상력의 특징이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에 따라 작품을 해석한다면 이것은 ‘의도론적 비평’에 해당한다. 또 작품이 외부 현실 세계나 사회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반영하고 있느냐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모방론적 비평’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독자층에 의한 작품의 수용 과정이나 그것과 관련된 문학 텍스트의 전략 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평가한다면 ‘효용론적 비평’, 작품 자체의 내적인 완결성이나 미학적 완성도의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내재적 비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문학 비평 이외에도 대학에서 부과 되는 과제 가운데 문학작품 감상문, 문학 리포트 등은 비평적 글쓰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문학 리포트는 다시 작품론, 작가론, 주제론 등으로 세분해볼 수 있다. 다음 자료들은 문학 비평이나 문학 리포트를 작성하는 기본적인 방법과 요령에 대해서 설명하고 실제 작성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장두영, 『해석과 평가: 문학 리포트 쓰기』, 글쓰기교실 연구노트22,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5, <https://ctl.snu.ac.kr/ko/writing/writingnote/view/3130?p=1>.

홍진호, 『문학작품 감상문 및 보고서 쓰기』,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연구노트 총서02, 서울대출판문화원, 2019.

– 영화 비평

문학이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면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언어, 즉 이미지와 사운드가 의미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숏(shot)의 사이즈나 카메라의 움직임, 미장센(mise-en-scène)에 담긴 의도와 주제 형성의 효과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서사구조와 인물, 시점 등도 영화 비평에서 주요한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감독과 관련한 정보, 영화의 제작 배경, 영화의 원작, 수용자 반응 등은 영화의 외부 정보이지만 때로 영화의 해석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폭넓게 검토해볼 만하다.

영화평의 목적과 영화평 쓰기의 기본적인 방법과 요령에 대해서는 다음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김지미, 『영화평: 어떻게 보고, 어떻게 쓸 것인가?』, 글쓰기교실 연구노트13,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1, <https://ctl.snu.ac.kr/ko/writing/writingnote/view/3121?p=2>.

김지미, 『영화평 어떻게 쓸 것인가』,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연구노트 총서04, 서울대출판문화원, 2019.

– 공연 비평 ․ 전시 비평

미술 작품을 도판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감상하는 것과 전시 공간에 직접 찾아가 감상하는 것, 또 음악을 저장/재생 매체를 통해 듣는 것과 실제 공연을 통해 듣는 것 사이에는 분명 경험의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전시 비평이나 공연 비평에서는 감상자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현장성’과‘공연성’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 연극평은 분명 희곡평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연극평을 쓰자면 희곡 이외에도 연출, 연기, 연주, 무대미술, 조명, 관객 반응 등이 주목해 보아야고, 음악 공연평을 쓰려면 연주자의 악곡 해석, 연주 스타일, 음색과 공연장의 분위기와 관객 반응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미술 전시평에서는 개개의 작품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전시 방식도 다룰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시평에는 전시의 다양한 요소들, 가령 작가 선정, 작품 선정, 공간 선정 및 활용, 디스플레이 방식 등이 산출해내고 있는 의미에 대한 성찰이 담겨야 한다.

공연평과 전시 감상평 작성의 기본적인 방법과 요령, 주의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전예완, 『공연․전시 감상평 작성법』, 글쓰기교실 연구노트15,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1, <https://ctl.snu.ac.kr/ko/writing/writingnote/view/3123?p=2>.

– 서평

서평은 문자 그대로 책에 대한 비평을 뜻한다. 소설이나 시집 등의 문학 서적이 아닌 비문학 서적에 대한 비평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서평에는 출판사 리뷰, 일반 문헌 서평, 주제 서평, 쟁점 서평 등이 있다. 서평은 일반적으로 비평의 맥락 제시, 내용의 분석 및 정리, 책의 성과와 한계 평가로 구성된다.

서평을 작성하는 기본적인 방법과 주의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자료를 참고할 만하다.

정주아, 『서평 쓰기』, 글쓰기교실 연구노트17,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2, <https://ctl.snu.ac.kr/ko/writing/writingnote/view/3125?p=1>.

자세히 읽기로서의 비평

  •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소설을 읽는 사람이 등장인물에 공감하거나 반감을 품는다든가, 소설에서 스토리를 추려내어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다든가 할 때에 독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설 텍스트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자는 기호에 불과한 활자들에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고 텍스트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틈’을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채워 나간다. 이런 식으로 독자는 문학 텍스트에 자신의 욕망과 감정, 상상력과 가치관을 투사하여 활자 너머에 하나의 세계가 출현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을 열고 닫는 것은 독자라고 할 수 있다. 문학 텍스트는 읽는 이의 주관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문학 작품은 독자라는 프리즘을 거쳐서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독자는 주관성의 프리즘에 문학 텍스트를 투과시켜 자기만의 것으로 재창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에 따라, 또 동일한 사람이라도 읽을 때마다 문학 작품의 의미가 변형되는 근본적인 유동성이 발생한다. 이는 독자의 참여에 따라서 문학 작품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읽는 것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문학 텍스트에 잠재된 의미를 풍부하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는 독자의 능동적이고도 주의 깊은 참여가 필수적이다. 프랑스의 문학연구가 G. 미쇼(Guy Michaud)의 비유를 빌려 표현하자면 문학 작품은 기름진 땅이자. 미지의 섬이다. 문학 텍스트는 경작자마다 다른 수확을 안겨줄 것이고, 탐험가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줄 것이다. 해석적 읽기를 통해 문학 작품에 감춰진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 독자는 문학 텍스트를 향해 숱한 질문과 가설을 던져보아야 하며 해석의 단서가 될 만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도록 각성할 필요가 있다.

문학 작품의 해석에서 독자의 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독자가 제기한 모든 읽기의 제안이 동일하게 유효한 것은 아니다. 문학 텍스트는 낱말들의 무작위적인 집합이 아니라 작가가 언어로 정교하게 짜낸 유기적인 조직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문학 텍스트의 모든 의미가 작가의 의도에 의해서 해명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텍스트에 구현된 작가의 의도를 헤아리며 읽는 것은 문학 텍스트를 해석하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독자의 능동성을 중시했던 사르트르도 읽기란 작가가 세워놓은 푯말들에 의해서 인도된 창조라고 말한 바 있다. 비평의 해석은 자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문학 텍스트가 지시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문학 텍스트 고유의 특질을 보다 잘 해명할 수 있는 해석일수록 그 유효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G. 미쇼, 『문학이란 무엇인가』, 서상원 역, 스마트북, 2013.

  • 자세히 읽기의 방법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는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이나 ‘패턴’에 주목하여 문학 텍스트 배후에 감추어진 의미를 드러내는 능동적인 읽기의 방식을 뜻한다. 소설을 자세히 읽는다는 것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플롯과 담화, 시점과 서술자, 모티프와 테마 등의 특성에 주의를 기울여 텍스트에 잠재된 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의미를 드러낸다는 뜻을 지닌다. 자세히 읽기에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과 형식의 조화나 긴장, 양자의 상호작용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자세히 읽기는 두 가지 종류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소설의 특징적인 세부사항들을 발견해내고 그것의 의미를 해명해줄 수 있는, 소설과 관련된 가설이나 질문을 만든다. 소설 텍스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와 사물, 어휘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개나 모순점 등이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가 보여주는 이러한 특별한 패턴을 해석의 단서로 자리매김할 만한 질문과 가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가설이나 질문은 텍스트를 내포저자의 의도와 관련된 산물로 보는 관점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고, 텍스트를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한, 어떠한 문화적 조건의 징후로 보는 관점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다.(해석의 두 가지 방법 참조) 어떠한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가설의 성격이나 해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역으로 해석의 단서로서 주목하게 되는 텍스트 내의 패턴이 그러한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패턴을 발견하는 것과 질문을 만드는 것은 순환적인 과정을 거치며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가령 한 소설에서 검은 강이나 밤바다, 피 등 어두운 물의 이미지가 변주되어 반복적으로 나타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이라는 서사의 문맥과 연관 지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어두운 물 이미지의 반복적인 출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이미지들에는 폭력적 현실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투영되어 있는가? 이것은 어두운 물 이미지의 패턴이 내포저자의 의도와 관련한 산물로서 의미를 지닌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질문이자 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질문과 가설에 따라 텍스트를 분석하여 각 부분들의 의미를 읽어나간다. 이때 자신의 읽기 제안을 소설 텍스트가 충분히 뒷받침해주는지, 저항하거나 심지어 거부하는 듯 보이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자는 작품을 자신이 제안하는 방식대로 해석할 권리가 있을까를 자문해야 한다. 즉 자신의 해석적 읽기를 거부하는 텍스트의 모순이 자의적인 가설의 설정에서 빚어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성급한 독자는 그러한 모순성을 무시하고 읽기를 종결하겠지만, 의미는 자료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려 깊은 독자는 모순을 줄이고, 작품의 더 많은 부분을 해명할 수 있는 단서와 가설을 찾기 위해 다시 텍스트로 돌아갈 것이다.

이처럼 자세히 읽기는 질문 및 가설의 제안, 그리고 해석적 읽기와 정당화의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독자와 문학 텍스트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해석의 두 가지 방법

  •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intentional reading)는 텍스트에서 추론한 관념과 판단이 내포저자의 의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텍스트를 이해하는 해석의 방법을 가리킨다. 내포저자는 실제 저자도 아니고 서술자도 아닌, 독자가 소설 텍스트를 읽고 있을 때 구성되는 저자로서 서사를 조직하고 창조하는 감수성과 도덕적 지성을 의미한다. 내포저자는 서사의 배후에서 사건, 인물들, 서술 순서, 서술자와 초점자 등을 조직하고 만들어가는 단일한 창조적 감수성으로 상정되지만, 그것은 독자의 맥락에 따라서 달리 구성되는 상대적인 실체이다.

내포저자의 의도를 헤아리며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내포저자는 독자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애쓰고 있는가, 텍스트의 고유한 패턴들이 그러한 의도와 관련해 말해주는 바는 무엇인가를 물으며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의 ‘결을 따라 읽기’(reading with the grain), 즉 작품의 초대에 응하듯이 작품이 유도하는 대로 해석을 전개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의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텍스트 내부에 내포저자의 의도와 괴리되어 있거나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 요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참고자료 : H. 포터 애벗, 『서사학 강의: 이야기에 대한 모든 것』, 우찬제 외 역, 문학과지성사, 2010.

로이스 타이슨, 『비평이론의 모든 것』, 윤동구 역, 앨피, 2012.

  • 징후적 읽기

징후적 읽기(symptomatic reading)는 저자의 무의식이나 저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심리 상태, 혹은 인지하지 못한 문화적 조건의 징후로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내포저자의 의도와의 관련성 속에서 텍스트를 독해하는,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의 방법과는 달리 징후적 읽기는 내포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허용하는 프레임 내에 텍스트를 위치시킨다. 즉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문화유물론 등의 비평이론이 제공하는 프레임에 텍스트를 위치시킴으로써 저자가 쓰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읽기를 텍스트에서 드러낸다. 징후적 읽기는 이처럼 문학 텍스트가 작가의 의식적인 의도를 벗어나 자신을 낳은 조건을 스스로 드러낸다는 관점을 취한다.

징후적 읽기의 대상이 되는 저자들은 내포저자를 통해서 의도한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징후적 읽기는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고 인지하지도 못한 부분을 발견하려는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결을 거슬러 읽기’(reading against the grain)와 일맥상통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결을 거슬러 읽기’는 내포저자가 보여주려고 한 대로가 아니라 텍스트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을 텍스트 내부의 요소들을 분석하여 독해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징후적 읽기에 의해 제안된 해석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작품과 비평이론이 잘 맞아야 한다. 그래서 독자는 작가의 개인사, 사회․역사․문화적 배경 관련 자료 등 작품의 곁텍스트(paratext) 분석을 통해 해당 텍스트가 자신이 선택한 비평이론의 전제들을 만족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H. 포터 애벗, 『서사학 강의: 이야기에 대한 모든 것』, 우찬제 외 역, 문학과지성사, 2010.

로이스 타이슨, 『비평이론의 모든 것』, 윤동구 역, 앨피, 2012.

비평적 글쓰기의 몇 가지 요령

tip 해야할 것
  1. 텍스트에서 반복되는 것에 주목해보자.

문학 작품을 해석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으려 할 때, 그리고 해석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 도움이 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텍스트에서 반복되는 요소에 주목하는 것이다. 서사에서 반복되는 요소로 대표적인 것은 모티프와 테마가 있다. 그 이외에도 반복되는 낱말이나 구절, 이미지 등에도 주의를 기울여 작품 내에서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자. 하나의 낱말이 작품에 반복되어 나타나는데 그 의미가 일정하지 않고, 심지어 서로 모순되고 있다면 그 이유를 살펴봄으로써 비평적 아이디어를 얻게 될 수 있다. 텍스트에서 반복되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해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비평의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만드는 데 유용한 표지가 될 때가 많다.

  1. 독자의 지적인 흥미를 끌 수 있는 서론을 작성해보자.

서론은 글에 대한 독자의 첫인상이 생기는 곳이다. 독자가 글을 계속 읽어나갈지 그렇지 않을지가 이곳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서론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서술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서론에서는 비평문의 주제와 관점이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러한 주제가 어떠한 측면에서 흥미로운지 보여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기존의 해석들과 다른 해석이나 평가를 보여주고 있다거나 작품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거나 하는 등의 독자의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비평문의 내용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비평문의 참신함이나 의의는 본론과 결론을 모두 작성하고 난 뒤에나 확실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본론과 결론을 모두 작성한 뒤에 반드시 서론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1. 블록 인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자.

비교적 긴 인용문을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 본문의 행 사이에 넣는 인용방식을 블록 인용이라고 한다. 우선 작품 속에서 자신의 비평적 견해를 잘 뒷받침하고 예증해줄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블록 인용한 부분을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그 부분이 어떻게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적절한 블록 인용은 자신의 견해를 확증해줄 뿐만 아니라 작품의 함축된 의미를 풀어서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제공해준다. 인용한 대목의 문맥이 전달될 정도의 적당한 길이로 인용하되 분석된 내용이 인용문의 길이보다 짧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tip 하지 말아야 할 것
  1. 비평적 견해를 어느 정도 세우기 전에 기존 논의를 참고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의 비평이 지닌 새로움과 의의를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기존 논의를 검토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또 작품 해석의 사례를 살펴보고 해석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주제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논의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작품을 읽고 나서 무엇을 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해당 작품에 대한 기존의 비평이나 연구를 찾아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주제나 관점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 연구자나 비평가의 글을 먼저 읽게 되면 그것이 마치 하나의 모범 답안처럼 여겨져 거기에서 멀리 벗어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고 난 후 바로 주제가 떠오르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작품을 거듭 읽으면서 논의할 만한 주제를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좋다. 거듭 읽기의 과정을 거치면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텍스트 내의 패턴들이 점점 선명하게 다가오고 그것이 해석의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주제를 찾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어느 정도 분명히 세운 후에 기존 논의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줄거리를 소개하지 말라.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한 배려에서인지 비평문의 주제와 무관하게 작품의 스토리를 비평문에 상세하게 서술해놓는 경우가 있다. 비평문은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성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비평문의 그러한 독자성과 자율성은 작품의 줄거리를 상세히 소개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평문의 자율성은 비평적 견해와 글의 논리적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비평문은 작품의 스토리가 아니라 비평문 고유의 주제에 집중하고 있어야하며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플롯을 따라가며 군데군데 자신의 단상을 덧붙이는 식의 구성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 작가의 이력과 작품의 줄거리, 작중 인물에 관한 정보를 마치 백과사전처럼 나열하는 식의 구성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비평문의 필자는 작품의 플롯에 구애받지 말고 비평의 논리적 구조에 어울리는 비평문 자체의 플롯을 짜야 한다.

  1. 평가 기준과 근거의 제시 없이 작품의 가치를 몇 마디의 말로 재단하지 말라.

작품에 대한 평가는 평가의 기준과 비평적 안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가 저마다 지니고 있는 평가의 기준과 근거들이 비평의 장에서 소통될 때 작품에 대한 평가는 생산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채 “시시하고 지루하다”라거나 “졸작이다”라거나 반대로 “흥미진진하다”는 식의 몇 마디 말로 작품의 가치를 재단하는 것은 비평문을 읽는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자료 : 장두영, 『해석과 평가: 문학 리포트 쓰기』, 글쓰기교실 연구노트22,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5, <https://ctl.snu.ac.kr/ko/writing/writingnote/view/3130?p=1>.

홍진호, 『문학작품 감상문 및 보고서 쓰기』,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연구노트 총서02, 서울대출판문화원, 2019.

“A Brief Guide to Writing the English Paper”, Harvard College Writing Center, <https://writingcenter.fas.harvard.edu/pages/brief-guides-writing-discipl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