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지난 15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에서 초대형 해저화산이 폭발하며 핵폭탄이 터진 듯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남태평양 통가에서 발생한 해저화산 폭발 이후 한반도 내 활화산인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백두산 분화는 900년대부터 현재까지 총 31번 있었다. 가장 큰 분화는 고려 때인 946~947년로 규모가 상당해 '천년 분화'라고도 불린다. 당시 분화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화산분출물량이 약 100~170㎦, 화산재가 일본 쿠릴열도까지 도달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화산폭발지수(VEI)로 따지면 당시 분화는 7에 해당한다. 화산폭발지수는 0부터 8까지 나뉘는데, 한 등급 사이 폭발 규모는 10배 차이가 난다. 기원후 화산폭발지수가 8인 분화는 없었고, 7은 백두산 분화를 비롯해 1812년 탐보라 화산 분화와 1257년 사말라스 화산 분화 등 세 차례다. 다만 일부 중국과 러시아 학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화산폭발지수를 한단계 낮은 6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백두산은 현재 안정기로 평가되지만 1925년 마지막 분화 이후 100년도 채 안 된 상황이라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2~2005년 백두산에서 화산성 지진이 무려 72회 발생했다 중국 학계 분석도 있다. 이는 안정기(월 7회)에 10배에 달하는 수치로, 당시 지진 규모도 1 정도였던 것이 3~4로 높아져 백두산 분화 가능성이 고조된 바 있다. 다만 국내 백두산 화산 권위자인 윤성효 기상청 화산특화연구센터장에 따르면 2006년부터는 화산성 지진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윤 센터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현재는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에서 마그마가 움직이는 데 따른 통상적 수준의 지진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 어때요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을 자극해 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핵실험장 위치(함경북도 풍계리) 등을 고려하면 핵실험으로 규모 7 이상 지진이 발생해야 한다. 2017년 6차 핵실험 때 발생한 지진은 규모 5.6이었다. 현재 백두산은 안정기로 평가돼 당장 분화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분화 시 최악의 경우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해 대책 마련 등에 관심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기상청의 '선제적 화산대응 종합대책'(2011)에 따르면 백두산 분화 시 화산재가 고도 25㎞까지 치솟으면 편서풍을 타고 일본을 넘어 태평양까지 날아갈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반도로 북풍계열 바람이 불어올 때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화산재가 우리나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윤 교수는 2015년 '화산재해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 예측 기술 개발' 보고서에서 백두산이 화산폭발지수 5~7 수준으로 분화하고 북동풍이 유입돼 화산재가 남서쪽으로 이동하는 등 '최악의 경우'에 직·간접피해 규모가 11조1895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은빈 기자 영화 '백두산'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19일 재난 영화 '백두산'이 개봉됐다. 지난 9일 뉴질랜드에서 화이트 섬 화산 폭발로 1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처럼 화산 폭발은 갑작스럽게 닥쳐올 수 있다. 백두산을 연구해온 관련 전문가들은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학술발표회는 물론 시민과 정치권을 상대로 한 토론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1925년까지 총 31번 분화 기록그래픽=김주원 기자 국내 화산·지진 전문가들은 “백두산은 활화산"이라고 말한다. 백두산 주변에서는 최근에도 분화 전조(前兆)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발해 멸망, 946년 백두산 대분화 탓?장군봉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 [중앙포토] 만일 백두산이 대규모로 분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거 백두산의 분화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백두산 천지 내에는 크게 3개의 분화구가 있는데, 이 중 2개는 946년과 947년 대폭발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백두산과 천지. 과거 분화와 용암이 흘러내린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중앙포토] 어쨌든 당시 화산 분출 규모를 현재의 화산 분화 지수(VEI: Volcanic Explosivity Index)로 추정하면 VEI 7에 해당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산 분화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화산분화지수(VEI)는 화산 폭발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화산 폭발의 지속시간, 분출 높이, 분출물의 양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분출물의 양이 0.1~1㎦이면 4등급, 1~10㎦이면 5등급에 해당한다. "백두산 밑엔 마그마 방 4개 존재"백두산 천지 [중앙포토]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의 위치 그렇다면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렇게 쌓인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화산이 주기적으로 분화하게 된다. 마치 콜라병 입구를 손가락으로 막고 강하게 흔들어댄 다음 손가락을 뗐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이 2~4개 정도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두산 아래 마그마의 움직임은 지각판의 이동과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2017년까지 이어진 북한의 핵 실험으로 강한 인공지진이 발생하면서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이 흔들리고, 이로 인해 백두산이 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마그마 방이라고 해도 암석 사이에 액체가 들어있는, 반(半)고체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돼야 흔들린다"고 설명한다. 계절에 따라 남한까지도 영향권백두산 폭발에 따른 영향 [자료 부산대 윤성효 교수] 역사 기록상 백두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1903년이지만 1702년과 1668년, 1597년, 1405~1406년, 1403년, 1373년, 1217년, 1199~1201년, 1176년, 1122년 등에도 분화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체로 100년에 한 차례 정도 분화한 셈이다. 결국 백두산은 1000년 단위의 대분출 주기와 100년 단위의 소규모 분출 주기가 함께 관측되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화산 재해와 관련, 행정안전부·과학기술부·기상청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기상청은 2012년 VEI 7의 분화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백두산 분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윤성효 교수는 지난 4월 국회 토론회에서 “백두산 화산이 서기 946년 11월의 천 년 대분화와 같은 분화가 일어난다면 주변 80㎞ 떨어진 지역까지 화쇄류(火碎流), 즉 화산에서 분출된 고온의 토석이 밀려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5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윤수 포항공대 교수가 백두산 화산 재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토론회에서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946년 백두산 분화 당시 방출된 화산에너지는 약 840경 주울(J)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에너지의 16만 배, 지난 2011년 3월 11월 1만8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대지진의 4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압 배치나 계절에 따라 남한까지 화산재 유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화산재와 용암의 분출 외에 홍수와 ‘라하르(lahar)’도 우려된다. 천지 호수를 채우고 있는 20억㎥의 물이 ‘공중 쓰나미’로 변해 장백폭포 쪽으로 흘러넘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주변 지역이 매몰되고 황폐해질 수 있다. 도로와 주택 등 인공시설물뿐만 아니라 하천과 숲 등 생태계까지 파괴될 수 있다. 천지 아래에 갇혀 있는 이산화탄소(CO2)가 대거 배출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질식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86년 아프리카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 밑에서 화산이 폭발해 이산화탄소가 대거 분출되면서 주민 1700명이 순식간에 사망한 것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북한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남한 측에서 공동연구를 제안할 경우 북한도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29일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2016~2018년 백두산 주변에서 모두 10회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땅속 밀도, 자기장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규모 분화 때는 지구 전체에도 영향지난해 1월 필리핀 알베이 지역 마욘 화산이 용암과 화산재를 분출하는 모습. [EPA=연합]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한반도와 그 주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규모에 따라 지구 환경 전체에도 엄청난 영향일
끼칠 수 있다. 특히, ‘화산성(火山性) 겨울’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탐보라 산은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에 있는 활화산(높이 2722m)으로, 1815년 4월 VEI 7등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분화가 일어났다. 1815년 탐보라 화산의 분출로 화산재와 아황산가스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태양 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1816년은 ‘여름이 없던 해’로 기록됐다. 이른바 ‘핵겨울’과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분출 때도 이후 몇 해 동안 서늘한 여름이 계속됐다. 5년 후인 1888년 적도 지방인 인도네시아에 눈이 내리기도 했다. 일단 미세먼지가 성층권으로 올라가면 잘 흩어지지 않고 햇빛을 차단해 전 세계의 기온을 떨어뜨린다. 일본 후지 산의 경우 화산재로 인해 수도권 기능이 마비되고, 인근 3개 현에서 47만명이 피난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질랜드 화이트 섬 화산의 분출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5월 문을 연 화산특화연구센터는 백두산의 ▶화산가스 변화 ▶지표 변위 발생 ▶온천수 온도 변화 등의 자료들을 분석,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심층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화산특화연구센터는 특히 중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백두산을 주기적으로 방문, 화산가스 등 실측 데이터를 채집·분석하고, 원격탐사를 이용해 백두산 화산 감시체계를 고도화하게 된다. 또, 지표 변형 분석 연구와 중력·자력 탐사 자료를 활용한 화산 내부 마그마 거동 분석 연구를 통해 화산 분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백두산이 분화했을 때 재해 대응과 관련한 연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